리들리(41)는 하루에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 커피를 한두 잔 마시는 습관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커피를 아예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끊어보려고 했더니 ‘일도 안 되고 생각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 종류의’ 지끈지끈한 두통이 몰려왔다. 그녀는 며칠 후에 커피 끊기를 포기하고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메인주 컴벌랜드에 거주하는 리들리는 “두통 증세를 느끼고 나니 카페인 중독이나 금단 현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디카페인 커피와 일반 커피를 번갈아 마시며 카페인 섭취량을 차츰 줄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여섯 달쯤 지난 시점인 지난해 12월 임신하면서 아예 커피를 완전히 끊었다.
우리에게 하루 일과를 해나갈 에너지를 주는, 결코 해롭지 않은 종류의 ‘약물’로 간주되는 카페인은 올해 5월 출판된 정신건강 책자에 ‘진단’으로 포함됐다. 카페인과 관련해 세 번째 진단도 그 포함 여부를 심의 중이다. 미국심리학회(APA)가 최근 발표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는 카페인 중독과 카페인 금단 현상이 들어갔다. 카페인 중독과 카페인 금단 현상이 일상생활에 해를 끼칠 경우 정신장애로 간주된다.
카페인 중독은 지난 번에 출간된 편람인 ‘DSM-4’에도 올랐었다. 그런데 DSM-4에서는 ‘진단으로 분류되려면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함(research diagnosis)’ 등급이었던 카페인 금단 현상은 DSM-5에서는 명백한 진단으로 포함됐다. 또한 카페인 사용 장애(심한 부작용 때문에 카페인을 끊을 수 없는 상태)도 ‘진단으로 분류되려면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함’ 등급으로 편람에 포함됐다.
편람에 카페인 중독과 카페인 금단 현상이 포함되자 논란이 일었다.
DSM-4편람 프로젝트팀을 이끈 앨런 프란세스는 DSM-5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프란세스 팀장은 “카페인 중독과 카페인 금단 현상은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임상적으로 의의가 있을 만큼 충분히 해로워서 정신장애로 분류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며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을 질환으로 간주하고 모든 사람을 환자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DSM-5 물질관련장애 프로젝트팀의 일원인 앨런 버드니 박사는 카페인 금단 현상을 장애로 진단하기에 충분한 연구 증거가 상당히 많다고 반박했다. 다트머스 칼리지 게이젤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인 버드니 박사는 카페인 금단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을 진료하는 정신과 전문의를 비롯한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유용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진단이라고 말했다.
DSM-5 프로젝트팀에 자문을 제공한 로라 줄리아노 아메리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카페인 중독 증상은 다른 여러 질환이나 질병과 중복된다”며 “만성 두통을 호소하거나 독감에 걸렸다며 병원에 왔다가 카페인 금단 현상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카페인은 중독성이 있긴 하지만 건강상 이점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불안 증세, 고혈압, 불면증,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카페인 중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초조함 등 카페인 부작용을 느낀다면 아예 끊지는 않더라도 섭취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보는 게 좋다.
카페인 섭취를 중단하거나 줄인 지 24시간 안에 두통, 피로하거나 졸림, 우울하거나 예민해짐, 집중하기 어려움, 메스껍고 몸이 쑤시는 감기 비슷한 증상 가운데 최소한 3가지 이상의 증세가 나타나면 카페인 금단 현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아침에 커피를 못 마셨을 때 이런 증세 한두 번 안 겪어본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느끼는 이런 평범한 증세와 카페인 금단 현상의 차이는 뭘까? 버드니 박사는 가정이나 직장, 인간관계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고통과 손상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발생할 때만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인 중독으로 진단 받으려면 10여 개 증상(불안, 안면 홍조, 신경과민, 불면증, 근육 경련, 부정맥, 횡설수설하거나 생각이 두서없이 계속 이어짐 등) 가운데 5개가 나타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없을 만큼 증세가 심각해야 카페인 중독으로 분류된다. DSM에 따르면 카페인 섭취량이 250mg을 넘을 때 중독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50mg보다 훨씬 더 많이 섭취할 때 중독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한다.
아머드 엘소에미 토론토대학교 영양학과 부교수는 간 효소의 유전적인 차이에 따라 카페인 대사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카페인 섭취량 가운데 절반을 체내로 배출하는 데 8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2시간이면 배출되는 사람도 있다. 엘소에미 박사는 흡연을 하면 카페인 대사 속도가 2배나 빨라지는 반면, 임신했거나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으면 대사 속도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짐 레인 듀크 의과대학 행동의학 교수는 “커피나 콜라를 반 컵만 마셔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카페인 섭취로 인해 불쾌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고 건강상 문제도 없다면 너무 많이 마신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인 박사는 카페인 금단 증상은 카페인을 섭취한 후 약 12시간 후 나타나며 24시간 지난 시점에서 최고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레인 박사는 대부분 일주일이면 모든 증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섭취량을 줄이더라도 완전히 끊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피스 교수는 “여러 주에 걸쳐 카페인 섭취량을 조금씩 줄여나간다”고 설명했다. 카페인 음료와 디카페인 음료를 같이 마시며 일주일 동안 카페인 섭취량을 약 25% 줄인다.
DSM-5 프로젝트팀에 자문을 제공한 그리피스 박사는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다가 끊은 사람 중에 50%가 두통을 경험하고 13%가 일상생활이 제대로 영위가 안 된다고 말했다. 두통까지는 오지 않더라도 피로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리피스 박사는 “그래서 카페인을 고통스럽지 않고 현명하게 끊는 방법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섭취량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리아노 박사는 커피를 완전히 끊을 생각은 없지만 의존도는 줄이고 싶다면 간격을 불규칙적으로 두고 커피를 마시고 가능하면 섭취량을 100mg으로 낮추라고 권한다.
그리피스 박사는 비교적 소량의 커피를 일주일에 한 번만 마신다며 이렇게 말했다.
“졸릴 때 커피만큼 효과가 있는 건 없다. 의존도만 높지 않다면 금단 현상 없이 현명하게 카페인을 활용할 수 있다.”
좋은 정보 공유하고자 월스트릿트 저널에서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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